이순정 성도 (Greens-2)

안녕하세요? 점점 무더워지는 사막의 여름 날씨 가운데 두바이한인교회의 모든 가정이 하나님 은혜 안에서 건강하게 이겨 내시길 기도드립니다.

저의 첫 해외살이는 12년 전 싱가포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부하는 남편을 따라 싱가포르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였고 이제 10살이 되는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 아들을 낳고 키우며 지냈습니다. 처음으로 부모님이라는 커다란 둥지를 떠나 살아야 한다는 걱정도 잠시, 남편과 지내는 싱가포르에서 신혼생활은 참 설렜고 영어를 공부하며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문화와 환경 또한 낯설기보단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서툴고 때로는 외로운 타지 생활이었지만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잘 적응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해외살이에 적응이 되어가고 여유가 생길 즈음 불현듯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엄마를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저는 바쁘신 엄마 대신 늘 넘치는 사랑으로 반겨주시는 교회 선생님들의 소중한 인도가 있어서 주일에 교회 가는 것이 매우 기뻤습니다. 매주 강단 앞에 나아가 찬양과 율동으로 예배를 섬겼고, 적극적으로 교회 모임에 참석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는 가운데 살아계신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으며 신앙의 급성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점점 주일 예배와 말씀 공부를 소홀히 대하기 시작했고 대학 진학과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일상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만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고 기도하며 내가 원하는 것만을 하나님께 이야기하고 부르짖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낯설지만, 새로운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이 점점 여유로워지다 못해 외롭게 느껴지는 시기가 오자, 저는 어린 시절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돌봐주셨던 교회 선생님들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싱가포르에 있는 한인교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교회에서의 교제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제 개인적인 마음의 안정만을 찾고자 이기적으로 기도와 간구만 할 뿐 말씀을 읽거나 하나님과 교제하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남편의 이직을 계기로 저희 가족은 2022년 12월 1일에 이곳 두바이에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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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덥고 습한 싱가포르의 날씨만 겪다가 온 제 가족에게 두바이의 시원하고 쾌적한 겨울 날씨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다인종이 함께 어울려 지낸다는 사실은 싱가포르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다시 우리 가족만이 이 땅에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싱가포르를 떠나오기 전 두바이에서 온 가까운 지인이 저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두바이에도 한인교회가 있으니 꼭 다니라는 신신당부였습니다. 그때 마음속에 갑자기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이 녹록지 않을 것을 미리 아시고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바이의 생활이 안정 되자마자 2023년 1월 1일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두바이한인교회로 예배드리러 가게 되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신앙생활에 마음을 열지 못했던 남편과 아이도 그날만큼은 군말 없이 같이 따라나서 주었습니다.

이날은 새해 첫 예배로 2023년을 위한 말씀을 뽑는 날이었고 어떤 말씀을 주실지 너무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말씀 카드를 뽑았습니다.

고넬료가 주목하여 보고 두려워 이르되 주여 무슨 일이니이까 천사가 이르되 네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 앞에 상달되어 기억하신 바가 되었으니 (행10:4)

막상 이 말씀을 받을 당시에는 주님께서 저에게 어떤 비전을 주시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새가족반을 신청하고 목사님의 심방 일정을 기다리는, 이전과는 다른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늘 소극적인 교회 생활을 하며 아무 교제 없이 예배만 드리고 바로 귀가하며 지내던 이전의 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달라진 스스로를 의아해하던 중 하나님께서는 또 한 번 저를 셀 목장 예배로 잡아당기셨습니다. 셀 예배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며 그 안에서 교제하는 기쁨을 느꼈고 그러면서 저에게 주셨던 새해 말씀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믿지 않는 저희 가정을 위하여 제가 먼저 하나님 안에서 바르게 다시 서길 원하시고 이를 위해 제가 드리는 기도와 간구가 하나님 앞에 상달될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지금 가진 소망은 하나님의 말씀을 더 가까이하며 깊은 교제를 나누고 저 스스로를 먼저 강건하게 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로 준비하며 받은 은혜와 복음을 제 가족에게 전할 때, 기억하시는 하나님께서 성령을 보내주시어 함께 하사 온 가족에게 능력의 말씀으로 역사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모든 가정에 하나님의 평강이 늘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